다문화채널 홍성욱 기자 |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세계화로 인해 다인종, 다문화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1990년대 일본과 중국 출신여성을 시작으로, 2000년대에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결혼이 성행하면서 우리나라에 이주민 여성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들 여성은 한국으로의 결혼 이주 후 가정을 꾸리고 정착하여 엄연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자녀인 다문화청소년은 또래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고 집단 괴롭힘 피해에 노출되기도 한다.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다문화청소년 인구는 전체 청소년 인구 대비 6배 이상 높은 집단 괴롭힘 피해 비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많은 연구들이 다문화청소년을 향한 집단 괴롭힘 문제에 대한 논문을 내놓았지만, 이들이 겪는 따돌림이 어머니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며,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진호 교수팀(제1저자 보건과학과 석사과정 손혜원)은 안은혜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에서 다문화청소년이 겪는 집단 괴롭힘이 그들의 이민자 어머니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다문화청소년과 이민자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내 최대 규모의 다문화청소년패널조사를 활용했으며, 유전적 특성 및 문화적 배경, 이주 경험, 가정 환경 등의 다양한 교란요인들을 통제하기 위한 엄밀한 분석 방법론을 활용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과학분야 저명 학술지인 ‘Social Science & Medicine(피인용지수: 5.4 / 사회과학분야 상위 3.3%)’에 미국 현지시간 기준 1월 13일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 Children's bullying victimization and maternal suicidal ideation among multicultural families in South Korea: Heterogeneity by family socioeconomic status
분석 결과, 다문화 청소년이 집단 괴롭힘에 노출될 경우 그들의 어머니 또한 자살 생각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놀라운 점은, 이민자 어머니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이러한 관계가 완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똑같이 자녀가 괴롭힘에 노출되었더라도 저학력·저소득 어머니가 고학력·고소득 어머니에 비해 더 큰 자살 생각의 증가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문화청소년을 향한 집단괴롭힘의 영향이 결코 피해 당사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의 폭을 크게 넓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관계가 이민자 어머니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관련 정책 및 지원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신저자인 김진호 고려대 교수는 “오늘날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청소년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 통합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뚜렷하게 나타났듯이, 다문화청소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배타적 태도는 다문화가정 구성원 모두에 대한 피해로 이어진다” 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이어, “일찍이 다인종·다민족 사회였던 유럽과 미국은 내국인과 이민자 간의 갈등이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며, 그만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다문화가정을 향한 포용적인 태도는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민자 어머니들의 사회경제적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